한국무용을 배운 지 어느덧 4개월 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요즘은 배울수록 빠져드는 교방굿거리무의 특별한 매력에 깊이 감탄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정리했던 한량무와 함께 수업에서 차근차근 배우고 있는데, 직접 몸으로 느껴본 교방굿거리무가 어떤 춤인지 배경지식과 솔직한 수강 후기를 함께 정리해 보려 합니다.

교방굿거리무는?
교방굿거리무를 배우면서 이 춤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고 어떤 춤인지 궁금해져서 관련 내용을 찾아봤습니다.
'교방(敎坊)'은 원래 중국 당나라 때 궁중무용을 가르치던 교습소로 세워졌다가 고려 때 우리나라에 전래되었고, 조선시대에는 중앙과 지방에 교방청이 설치되어 기녀들의 악(樂)·가(歌)·무(舞)를 가르치는 기관으로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이 교방청에서 승무, 살풀이춤, 한량무, 검무 등 다양한 춤이 함께 전수되었다고 하니, 제가 배우고 있는 한량무와 교방굿거리무가 뿌리는 다르지만 결국 비슷한 교육 체계 안에서 함께 다듬어져 온 춤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제가 배우고 있는 춤은 진주교방굿거리춤 계열인데, 경상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고, 최완자의 굿거리춤과 김녹주의 소고춤이 절묘하게 합쳐져 오늘날의 춤사위로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이 전승 과정에서 중심 역할을 한 인물이 김수악 명인이라고 하는데, 일제강점기 권번 시절부터 이후까지 진주 전통춤의 무대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단순히 흥을 돋우는 춤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여러 명인의 손을 거쳐 지금의 형태로 다듬어져 온 춤이라는 걸 알고 나니 동작 하나하나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장구장단과 구음이 주는 깊은 몰입감
현재 저는 두 개의 문화센터 클래스에서 각각 한량무와 교방굿거리무를 배우고 있습니다. 둘 다 전통무용만의 멋이 뚜렷하지만, 직접 춤을 춰보면 두 춤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게 다가옵니다. 찾아보니 한량무는 선비의 기개를 표현하는 남성춤이고, 교방굿거리무는 여성의 섬세한 정서를 담아내는 춤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배워보니 이 차이가 몸으로도 확실히 느껴집니다. 한량무는 동작 하나하나에 절제된 힘과 기개, 여유를 실어야 하는 반면, 교방굿거리무는 훨씬 부드럽고 감정적인 흐름을 타는 춤이라는 게 체감됩니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점 중에 하나는 장구장단과 함께 흘러나오는 '구음'입니다. 단순히 악기 장단만 들으며 춤을 출 때와 달리, 교방굿거리무는 소리꾼의 구음과 가사가 장구 장단 위에 함께 얹혀 흐릅니다. 구음은 악기의 가락을 사람의 목소리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무용수의 호흡을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가사를 들으며 추다 보면 훨씬 더 깊게 몰입하게 됩니다. 아직 가사를 다 정확히 인지하지는 못하지만, 들려오는 구음의 가락에 맞춰 몸을 움직이다 보면 춤에 동작 이상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실리는 신기하고 매력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손목으로 완성하는 춤
교방굿거리무의 시작은 부드럽고 잔잔합니다. 처음에 음악이 흐르면 마치 추운 계절이 지나고 살랑살랑 불어오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느릿하고 선이 고운 움직임으로 차분하게 춤의 문을 엽니다. 격렬한 움직임 없이도 시선을 사로잡는 이 도입부가 저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춤을 추다 보면 내 안의 여성성이 극대화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굉장히 절제된 동작이 이어지는 가운데 손목의 움직임이 매우 아름답고 눈에 띕니다. 수업 시간마다 선생님께서는 "교방굿거리무는 손목을 잘 쓰는 게 중요해서 손목춤이라고 할 정도"라고 강조하시기도 했습니다. 손목의 섬세한 움직임과 부드러운 꺾임이 살아나야 전체적인 춤의 결이 고와지는데 한국무용 4개월 차 초보인 저에게는 이 손목 사용이 아직 많이 어색하고 어렵게 느껴집니다. 거울을 보면 마음과는 달리 동작이 뻣뻣해 보여 속상할 때가 많지만, 먼저 춤을 배운 선배들이나 선생님의 시연을 보고 있으면 하늘거리는 손목의 움직임이 아름다워서 절로 감탄하게 됩니다. 같은 동작인데도 느낌이 다르다는 걸 볼 때마다 느낍니다. 저도 계속해서 한국무용을 배우고 익히다 보면 언젠가 저렇게 아름다운 몸짓을 표현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허리끈을 묶고 소고를 치는 반전의 매력
느릿하고 아늑하게 흐르던 굿거리장단이 무르익으면 장단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아주 흥겹게 전환됩니다. 잔잔했던 흐름에서 빠르고 경쾌한 박자로 바뀌며 춤사위가 다채로워지는 순간인데, 이 급격한 분위기 전환이야말로 교방굿거리무가 지닌 가장 극적인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때 허리끈을 단단히 묶고, 한 손에는 소고, 다른 한 손에는 소고채를 들면서 본격적인 소고춤이 시작됩니다. 옷자락을 허리끈으로 정돈하는 동작부터 소고를 치며 나아가는 동작까지 춤의 에너지가 확 살아납니다. 방금 전까지의 고요하고 정적인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무대 전체가 순식간에 흥으로 가득 차는 느낌을 받습니다.
초보자인 저는 박자에 맞춰 빠르게 허리끈을 묶는 것부터 난관에 빠집니다. 소고춤이 시작되는 부분부터는 설상가상! 소고도 쳐야 하고 춤도 추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발 디딤과 소고 타이밍을 동시에 맞추느라 허둥대기도 하고, 장단을 놓쳐서 혼자 타이밍이 어긋난 채로 몇 박자를 헤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고 소리의 울림과 함께 몸을 움직이다 보면 가슴속에서 신명이 절로 납니다. 익히기는 어렵지만 정말 매력적이고 다양한 표정을 가진 재미있는 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4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한량무와 교방굿거리무를 함께 배우며 한국무용이 가진 다채로운 깊이를 조금씩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직 손목 동작도 어색하고 소고를 칠 때 발이 꼬이기도 하지만, 장구 장단과 구음에 귀를 기울이며 한 동작씩 배워나가는 과정 자체가 일상의 큰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살랑살랑 부드러운 시작부터 신나는 소고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교방굿거리무는 추면 출수록 새로운 재미를 선사해 주는 춤입니다. 한국무용에 관심이 있으시거나 새로운 취미를 찾고 계시다면 꼭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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